IMF 세대의 한 사람으로 지금의 후배들에게
안녕하세요. 힘드시죠? 저도 힘듭니다만 여러분들은 더욱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91학번으로 IMF 구제 금융 사태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푸른 꿈을 안고 이곳 저곳에 원서를 내던 친구들과는 달리 전 그냥 다시 낙향해 시골에서 청운의 꿈을 펼쳐보이려고 했었습니다.
취업을 준비했던 친구들과는 좀 다른 환경이었던 셈이죠.
당시 저는 과대표였습니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나서 무역학과 과사무실에서 저를 자주 찾았습니다. 은행권에서 원서가 왔으니 4학년 학생들 중 은행권에 원서를 넣어도 될 친구들을 선별해서 전달해 주라는 것이었죠.
예전에는 은행이나 대기업에서 원서를 각 대학에 과별로 정해서 보내왔습니다. 공채가 있긴 했지만 원서를 쓸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아예 한정한 곳도 많았습니다. 무역학과는 그래도 많이 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위기설이 증폭돼 있었긴 했지만 내일 당장 나라가 거덜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나이드신 국제금융론을 가르치셨던 교수님은 “달러나 금을 사놔라. 심상치 않다. 아무리 이야기 해도 인간들이 내가 노망났다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조만간 엄청난 위기가 닥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나 당시 친구들 모두 그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여러 은행에서 원서가 왔고 저는 우리 과 학생들 중에 학점 평균 3.5가 넘는 친구들을 소집했습니다. 3.5 미만 친구들에겐 원서도 안 나눠 줬죠. 대신 3.5 넘는 친구들에게 은행을 선택하고, 그 해당 은행 원서를 내면 다른 은행 원서는 절대 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은행권 원서는 계속 오니까 알아서 선호하는 은행을 정해서 알려달라고 한 것이죠.
그 친구들은 자신들에게 제공된 기회를 잘 잡았습니다. 3.5가 안되는 친구들이 그 소식을 듣고 저에게 엄청난 항의를 했습니다. “니가 뭔데 원서를 니 맘대로 나눠주냐? 내가 학점은 3.5가 안돼도 그곳에 원서를 내고 싶다. 나에게 달라”라고요. 그렇지만 전 한장도 그 친구들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전 그 친구들에게 “진작에 공부를 하던가 하지 왜 지금와서 깽판이야? 3.5도 안되는데 어떻게 원서를 주냐? 염치가 좀 있어라”라고 말했고, 그 친구들은 분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은행권에 원서를 내고 다행이 대부분의 친구들이 합격했습니다.
다른 기업들의 채용 소식도 이곳 저곳에 붙었고, 제 친구들은 이곳 저곳에 원서를 내느라 분주했습니다. 이미 합격한 친구도 있었고, 계속 원서를 내면서 면접 한번 보러 갔으면 하는 친구도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나라가 거덜 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IMF 사태가 발생한 것이죠. 무역학과에서는 미시와 거시 경제를 배우기도 하는데 당시 국제 기구론 과목에서 IMF도 배웠던 것 같습니다. 말로만 듣고, 우리랑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았던 그 IMF가 우리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 다음에 계속…
목요일, 12월 4th, 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