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17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행보가 연일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조직을 통해 우리나라 정부를 이끌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죠. 사장이 교체돼도 관심을 끄는데 하물려 일국의 대통령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지난해 12월 27일(목) 인수위는 첫 간사단 회의에서 앞으로 추진할 8대 아젠다(중점 과제)를 선정했습니다. 8대 아젠다는 ▲성장혜택이 중산층과 서민에 돌아가게 하기 위한 민생경제 대책▲공공부문 개혁과 정부조직 개편 ▲해외투자 유치와 국내투자 활성화 ▲교육개혁 ▲부동산 안정화 대책 ▲부패 척결방안 ▲청년실업 해소방안 ▲보육과 노인복지대책 마련 등이었죠.
8대 아젠다 중 정부조직과 개편 과정에서 쏟아지고 있는 메시지들과 최근 몇년간 IT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흐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잠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현행 18개 부처를 최대한 통합해 부처 수를 줄이고 기능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IMF 구제 금융 신청 이후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져 온 권한과 조직의 분산화를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게 재편하겠다는 것이죠. 구체적인 정부 개편안은 오늘(8일)이나 늦어도 이번 주중에는 발표될 듯 보입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통합’과 ‘분산’입니다. 통합과 분산은 IT(정보기술) 역사를 대표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 입니다. IT도 사람과 떨어져 살 수 없다보니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IT업계에는 최근 통합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통합’과 ‘분산’이라는 말로 정부 조직들을 개편하려고 합니다. 교집합에는 ‘통합’이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명박 정부도 무게는 역시 ‘통합’에 쏠립니다. 대세는 통합이며, 부분적인 분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동관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1월 6일 정례브리핑에서 “현행 18개 부처를 12개~15개 부처로 줄이는 것을 원칙으로 정부 부처 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부처가 준다는 것은 중복된 기능을 하는 곳들을 한 곳에 통합시키겠다는 것이죠. 기회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통합설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최소 3개부처는 없어지고, 권한들이 재조정됩니다.
가장 큰 흐름은 통합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또 분산이나 이양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권한이 대폭 축소돼 청와대로 이관됩니다. 청와대로 모든 권한을 집중하기 위한 분산이죠. 또 분권을 지향했던 노무현정부가 정부 내 모든 홍보 업무를 집중, 통합시켰던 국정홍보처는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 1순위라는 말이 나돕니다. 또 교육인적자원부의 권한 또한 마찬가지로 분산되려고 합니다.
물론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청와대에 상당히 많은 권한이 집중된다는 것이죠. 노무현 정부가 책임총리제와 2명의 부총리제를 둬 청와대의 힘을 분산시켰던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IT 분야는 어땠을까요? 통합과 분산, 통합 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초기엔 통합이 주였습니다. 메인프레임이 대표적이죠. 메인프레임은 하드웨어에 그 하드웨어에 맞는 운영체제와 그 운영체제에서만 가동되는 소프트웨어가 원활히 작동됩니다. 중앙에 메인프레임이 있고, 각 지역에는 이곳과 연결하는 단순 단말기만 있었습니다. 단말기는 그냥 메인프레임에서 보내주는 신호값을 받은 역할을 했죠. 중앙센터에 메인프레임이 버티고 있고, 이곳에 접속해 업무를 보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HP와 썬 같은 유닉스 제조 업체들과 이런 유닉스 시스템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오라클과 같은 관계형데이터베이스가 등장하면서 시장은 급속도로 분산형 구조로 바뀝니다. 또 인텔을 비롯해 PC 운영체제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나서면서 아무런 기능이 없던 단말기 분야, 즉 PC의 기능과 성능이 몰라보게 빠른 속도로 향상됐습니다. 기업들도 분산형 구조로 시스템을 설계해 운영했었죠. 중앙에 집중된 IT 자원을 각 지역별로 분산을 시켰습니다. PC의 기능도 빨라져서 더 이상 중앙 서버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죠. 흔히 하는 말로 클라이언트 서버 구조인 셈입니다.
이런 흐름은 최근 다시 통합 구조로 변하고 있습니다. 분산 환경의 장점이 있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통합돼 있던 구조에 비해서 해결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또 각 분야별 최고의 솔루션을 구매하고, 또 그 때마다 최고의 성능을 낸 서버와 스토리지 자원을 사용하다보니 서로 다른 시스템을 관리하는데 너무 많은 인력과 비용도 듭니다. 때마침 서버 성능은 꾸준히 올라가는데 오히려 가격은 더욱 저렴해지고 있어서 이런 곳에 분산 운영돼던 소프트웨어를 통합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통합’이 대세가 됐습니다. 분산과 개방화 바람을 타고 수명을 다할 것처럼 보였던 메인프레임은 지속적인 변화를 수용하면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인 리눅스가 등장하면서 그 생명력은 이제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돕니다. 메인프레임에서 리눅스 운영 체제를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IBM이 오픈소스 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 붙인 이유도 이곳에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이명박 정부와 최근 IT 분야의 통합 분야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IT 분야가 분산에서 통합을 지향하고 있지만 과거의 메인프레임 시대와 같은 통합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형태는 유사해 보이지만 분산 과정에서 엄청난 기술들의 변화와 운영을 위한 자동화 분야 등이 몰라보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일반 기업들은 대형 유닉스 시스템에 통합하기도 하지만 일반 포털들의 경우 분산된 컴퓨팅 자원을 하나의 컴퓨터 처럼 사용할 수 있는 ‘클러스터링’ 소프트웨어를 통해 거대 컴퓨팅 파워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구글이나 NHN의 네이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통합을 하긴 하지만 하나의 시스템이 다운되더라도 그 옆에 있는 시스템이 바로 작동될 수 있는 HA(고가용성) 구조로 돼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그동안 지속적인 예산 투자만을 요구했던 IT 부서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관리 체계가 시작된 것입니다. 시스템 투자에 얼마나 들어가고 구체적인 성과는 얼마인지 회사 전체적인 틀에서 관리하는 것이죠. 최고정보책임자도 이제는 재무적 관점이 필요하고, 재무팀도 회사의 정보시스템이 얼마나 회사의 매출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상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인 셈입니다.
분산형 구조를 이끌었던 이들이 엄청나게 혁신을 단행해 왔고, 통합 시대를 이끌었던 IBM도 메인프레임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뿐아니라 분산구조에서도 동일한 변화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럼 이명박 정부는 어떨까요? 저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명박 정부를 비롯해 한나라당의 경우 뼈를 깎는 혁신을 했고, 신보수주의로 재탄생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과연 분권을 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또 통합된 권력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분권주의자들의 행보와 어떻게 경쟁을 하면서 역량을 변화시켜 왔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명확치 않습니다.
최근 교육부의 학생 선발권을 이양받으려는 대학교육협의회가 엄청난 준비를 마련해 놓고, 그동안 내부 역량을 어떻게 쌓아왔는지 아는 이들이 없습니다. 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시장에서 보낸 신호들을 모두 차단해 결과적으로 나라를 망하게 하면서 분할됐던 그 부서가 다시 부활할 조짐도 보입니다. 이 부서가 다시 힘이 집중됐을 때 어떻게 감시 체제를 만들어낼 지에 대한 안은 명확치 않습니다.
통합과 분산의 흐름은 각 분야의 혁신이 최고의 고조에 다다랐을 때 시장을 이끌어 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메인프레임이 싫어서가 아니라 메인프레임을 능가할 수 있는 기능과 기회, 시장이 존재했을 때 유닉스로 대변되는 오픈 시장은 크게 성장했고, 그 뒤 윈도우와 리눅스 같은 것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등장했던 분산형 구조의 대주자들은 메인프레임 스타일을 꿈꾸지만 여전히 개방형 구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통합화 혹은 집중화를 강력히 추구하고 있는 이명박 당선자와 그 의중을 실행하고 있을 17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좀더 열린 사고의 통합화를 추진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정부 조직의 슬림화보다 중요한 것은 그 조직들을 이끌어 가겠다는 이들이 국정 철학과 능력입니다. 권력 집중화 현상으로 빚어졌던 지난날들의 많은 비리와 부패 문제를 잘 알고 있을 이명박 당선자와 새로운 정부를 이끌어갈 많은 이들이 최고의 통합 능력 퍼포먼스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통합화는 대세지만, 제대로 된 통합이 중요합니다. 대세를 따른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안착시키는 새로운 정부가 되길 바랍니다.
이는 IT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죠. 통합이 대세지만 비용 효율적이면서 지속가능한 통합이 이뤄져야 하겠죠. 이 분야는 지속적인 경쟁이 있는 분야라서 하지 않으려야 안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정부의 경쟁 상대는 이미 지난 노무현 정부가 아니겠죠. 대한민국과 경쟁하는 효율적인 정부 운영의 해외의 다른 나라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저무는 노무현 정부를 자꾸 경쟁 상대로 삼는 듯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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