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프, 네이버폰, 네이트온폰, 아이엠텔폰은 엄연한 통신 서비스다. 통신 사업자인 LG데이콤의 myLG070도 마찬가지다. 이런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는 공통점이 있다. 번호 앞자리가 ‘070′으로 시작한다.
발신자표시를 해놓은 이동통신 사용자들은 휴대폰에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찍히면 인상부터 찌푸린다. ‘060′ 같은 정보성 스팸 전화에 하도 시달린 터라, 낯선 번호인 ‘070′ 번호를 보는 순간 ‘이건 또 웬 스팸전화?’냐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안받으려고 해도 계속 울리면 찜찜한 생각을 떨치치 못하고, “여보..세..요?”라며 마지못해 통화를 허락한다. 그 순간 휴대폰 너머에서 낯익은 소리를 듣게 된다.
중국 출장길에 인터넷전화로 자신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던 업체 관계자는 “국제전화비를 줄여보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도통 받질 않았다”며 “몇번이고 계속 전화했더니 겨우 통화가 됐다. 여전히 070은 스팸전화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070, 스팸 전화 아니라니까요
포털들이 제공하는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사용해 본 이들은 처음 070 인터넷 전화를 지인들에게 걸 때 통화가 잘 안되는 걸 경험한다. 상대가 도통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다. 결국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차근차근 설명해줘야 한다. “왜 내 전화를 안받아..이거 스팸 아니거든. 다시 받아 봐.”
이렇게 해서 겨우 통화가 되면 스스로도 신기해한다.
“신기하지. 이게 인터넷전화라는 거야. 어때? 품질도 이제 쓸만하지?”
상대방도 신기하긴 마찬가지. “어..난 또 스팸 전환줄 알고 안받았지. 통화 품질도 괜찮네. 근데 인터넷전화 그거 어떻게 하는거야?”
세계적으로 인터넷전화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더딘 행보다. 해외에서는 개인이나 기업을 가리지 않고 인터넷전화 열풍이 불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인터넷포털 업체들이나 대기업 소속의 별정 통신 사업자들만이 서비스하고 있을 뿐이다.
그마나 기간통신사업자인 LG데이콤이 올해 여름 myLG070(www.mylg070.com)이라는 무선랜 기반 인터넷전화(VoWLAN) 상품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려고 하고 있는 정도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www.kisdi.re.kr) 공정경쟁정책연구실 함창용 선임연구위원 등은 지난해 말까지 우리나라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88만명, 매출액은 약 1179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인터넷전화 가입자 수치와 매출에 대해 공신력 있는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네이트나 네이버 같은 포털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소프트폰(PC에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통신 소프트웨어) 가입자가 070의 경우 1만4650명이고, 발신용 가입자는 160만1048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자별로는 기간통신사업자가 6만8662명이었고, 삼성네트웍스나 SK텔링크 같은 별정통신 사업자가 81만1935명이었다.
88만명은 상당히 적은 숫자다. 지난 10월 22일 정보통신부가 밝힌 2007년 9월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내전화 가입자는 2330만7384명이었다.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시내전화 가입자의 3%에도 못미치는 미미한 숫자인 셈이다. 인터넷전화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 2006년말 기준으로 1500만명에 근접한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올해엔 인터넷전화 업체들이 마케팅에 조금씩 나서고 있고, 새로운 신규 서비스도 선보였다. 아직 시장 초기이긴 하지만 단말기 제공업체인 삼성전자는 SK텔레콤과 KTF 고객을 대상으로 HSDPA(고속데이터패킷접속)와 무선랜(VoIP) 겸용 스마트폰인 ‘블랙잭’을 선보이면서 유선 일변도의 인터넷전화를 무선통신 분야로까지 확대하려고 나섰다.
내년 번호이동이 시장 활성화 열쇠
인터넷전화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정부도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의 계속되는 요구를 받아들여 내년엔 일반 전화와 인터넷전화간 번호이동성을 보장하려는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다. 번호이동이 가능해지면 내년에는 관련 시장이 좀더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시내외전화는 구리선을 통해 서비스가 이뤄졌다. 이에 반해 인터넷전화는 IP망을 이용한다.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구축했던 IP망을 통해서 음성, 데이터, 동영상 등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것이다.
인터넷전화 서비스 초기에는 기존에 구축돼 있던 구리선망과 연동을 하지 않고, 특정 회사의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가입해야만 가입자끼리 무료로 통화를 했었다. 이런 가입자들이 점차 늘면서 인터넷전화 서비스 업체는 물론 정부들도 인터넷전화 시스템과 구리선 전화 시스템을 연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어떤 형태로 전화 서비스를 받든 상관없이 쌍방이 유무선 통화가 가능해졌다.
스카이프(www.skype.com)는 대표적인 글로벌 인터넷전화 서비스 업체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옥션의 배동철 이사는 “통신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가입자가 많아야 서로 혜택이 많다. 스카이프가 단기간에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 것도 인터넷이 되는 어느 곳에서든 서로 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도 스카이프 사용자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서서히 관련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비 절감’ 인터넷전화의 최대 장점
인터넷전화의 이점은 무엇보다 통신비가 저렴하다는 데 있다. LG데이콤의 요금표를 한번 살펴보자. mylg070의 기본료는 2천원으로 KT의 5200원보다 62% 정도 저렴하다. 또 시내외 구분없이 3분당 38원이고, 국제전화도 미국 기준으로 분당 50원이다. 최근 KT가 시내외 구분없는 요금제를 발표하기 전까지 KT는 3분당 시내 39원 시외는 3분에 261원이었다. KT의 미국 국제전화는 분당 282원이었다.
동일한 서비스 회사의 인터넷전화에 가입한 사람끼리는 무료통화가 가능하다. 통화가 많은 지인들끼리 동일한 서비스 회사의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가입하면 기본료만 내고 무료 통화가 가능하다. 포털들이 제공하는 소프트폰의 경우엔 기본료없이 무료 통화가 가능하다.
이런 요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왜 인터넷전화의 보급이 더딘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인터넷전화에 대한 정보의 부족이다. 유용한 서비스임에도 아직 인터넷전화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미미하다. 인터넷전화는 통화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도 인터넷전화에 대한 정보부족의 한 단면이다.
이에 대해 네이트온폰을 서비스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한 관계자는 “통화품질 문제는 인터넷전화 사업자가 가장 많이 투자하고,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는 부분”이라며 “100년간 서비스된 구리선의 통화 품질과 동일하게 제공하기는 힘들겠지만 통화품질 불만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전화 서비스 업체들은 통화 품질 개선을 위해 IP망에 품질관리 기능을 넣고, 또 압축 알고리즘을 강화하면서 이를 해결하고 있다.
인터넷전화는 인터넷망을 이용해 전화를 걸고 받는 서비스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언제든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이같은 인터넷전화의 많은 장점중 또 하나는 세계 어디를 가든지 단일 번호로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인터넷만 접속된다면 국내에 있건 해외에 있건 상관없이 자신의 070 번호로 통화가 가능하다. 국제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는 일반 사용자는 물론 기업 사용자들도 인터넷전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통신 서비스 자체에 대한 안정성은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 좀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최근 인터넷전화 서비스 업체의 서비스 불통 사태가 불거지면서 이런 불안감은 기존 구리선 중심의 통신 회사가 인터넷서비스 전화 업체들을 공격하는 단골 메뉴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인터넷전화 서비스 업체들이 망 운영과 서비스 이중화로 만전을 기해 소비자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문제로 유사한 일이 지속된다면 고객 신뢰성 확보가 어려워진다.
인터넷전화는 119와 같은 긴급 전화가 아직 지원이 안된다. 통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119와 같은 긴급 전화의 경우 소비자가 소방재청의 관리센터에 전화를 걸면 가입자 정보와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는데 인터넷전화는 아직까지 이런 시스템 연동이 안돼 있다. 이 문제는 정부나 전세계 인터넷전화 서비스 업체, 기존 통신사들이 머리를 맡대야 하는 것으로 인터넷전화 가입시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편, KISDI는 발표 자료에서 “최근 모바일 와이맥스(Wimax, 국내는 와이브로)로의 무선인터넷 기술 진화와 더불어 모바일 인터넷전화의 상용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새로운 무선 IP 통신 인프라가 구축된 만큼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대한 검토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몇가지 불안요소와 한계에도 인터넷전화는 분명 매력적인 서비스다.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평가한 후 이용한다면 유용한 서비스를 새로 만나게 될 것이다. 적어도 통신비 절감이라는 효과는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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