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보화 담당자를 위한 공개SW 세미나’가 6월 8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개최됐다는 디지털타임즈 기사가 떴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소프트웨어진흥원은 공개SW 시범사업 공공기관 비용구조 분석결과와 향후계획 등을 발표했다는 군요.
관련 기사를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발표장에서 소프트웨어진흥원은 지난해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된 공개SW 시범사업을 종합 분석한 결과, 리눅스 등 공개SW를 적용함에 따라 총 11.7%(4억 5000만원)의 프로젝트 구축비용 절감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세부 항목별로는 서버 부문에서 16%, SW 부문에서 27%의 비용을 절감했다. 공개SW 전환비용 구조분석은 서버의 경우 동일한 성능 및 사양을 가진 제품과 비교했고, SW의 경우 공개SW와 상용SW의 도입비용을 비교했다. 또 SW개발비와 기타 비용의 경우 상용SW 도입 시와 공개SW 도입 시를 동일한 것으로 계산했다.
사업별로는 학사행정ㆍ홈페이지 전환ㆍ리눅스 데스크톱 구축 등을 수행한 도립강원전문대학의 공개SW 시범대학 구축사업의 경우 서버부문과 데스크톱 부문에서 각각 21%, 51%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총 19%(약 1억1400만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국방부 공개SW 기반 정보시스템 구축은 데스크톱 부문 37%를 비롯해 총 27%(약 1억1100만원)의 비용을 줄였으며, 육군교육사령부 공개SW 기반 한국형 워게임 시스템 구축사업의 경우 서버부문 31% 등 총 21%(약 8100만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SW진흥원 공개SW사업단 김재호 수석은 "공개SW를 도입하면 기술사용료 지급 부담이 적어 구매비용과 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SW에 대한 선택권 확대에 따른 소비자 편의성 제공, 소스코드 공개에 따른 이기종 시스템간 호환성 확보 용이, 공개된 소스코드를 이용한 양질의 SW인력 양성 등 여러 가지 장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산을 절감했다니 박수를 쳐줘야 하는데 무조건 박수를 칠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시 좀 만나봐야겠지만 정부가 오픈소스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비용절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정부가 예산 절감한다는데 박수를 치지는 못할망정 위험하다니 무슨 생각이냐고 물으실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고, 리눅스 업체인 레드햇도 그렇고 이들은 모두 유닉스 시스템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전세계적으로 유닉스 시스템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정부에서 공무원들이 리눅스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만일의 문제가 생기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하는데 여전히 그 책임이 해당 공무원이 지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윈도나 유닉스, 프리BSD 같은 경우는 문제가 생겨도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덜했고, 책임도 거의 지지 않았습니다. 제도가 현실을 못쫓아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제도가 개선됐는지도 파악해봐야 겠네요.
예전에 정부와 공공 기관 한 10곳 이상의 오픈소스SW 활용 취재를 한적이 있습니다. 이 때 취재하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오픈소스SW 프로젝트를 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대민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대민 서비스는 늘어나다보니 서버 부하도 많이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볼까 고민했던 것이죠.
3~4년전만해도 2000년대 초기 인터넷 프로젝트를 하면서 유닉스 서버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유닉스 장비가 여전히 고가였는데 리눅스 열풍이 불면서 인텔칩이나 AMD 칩 기반의 범용서버(IA서버로 보통 불렸죠)를 도입해서 서비스가 가능했습니다.
공공기관 담당자들은 유닉스 서버 한대 살 돈으로 IA서버 3~4대정도를 구매할 수 있어서 아주 행복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분들 대다수가 ‘오픈소스SW=공짜’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오픈소스SW에 들어가는 운영체제나 미들웨어, 관련 데이터베이스 등의 또다른 라이선스 정책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레드햇 같은 업체가 서비스 유지보수료를 받겠다고 나서자 "아니 공짜 아니었어?"라고 반문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만난 10명의 담당자들 중 전교조 분하고 수원에 있는 무슨 농림 무슨 곳 담당자분만 빼고 나머지 분들은 오픈소스SW에 왜 돈을 줘야 하느냐고 말했고, 전혀 금시초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럴꺼면 뭐하러 이걸로 바꾸냐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진흥원의 정책 내용이 제대로 현장에 전달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통업체들이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에 끼워서 정부에 납품하면서 상용 SW도 제값을 받기가 힘든 상황에서 더 나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의 확산을 맡기 위해 리눅스 시스템을 도입해도 윈도 도입 때보다 더 비싸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유닉스에 비해서는 낮지만 절대 싼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었죠.
리눅스 진영도 이런 주장에 동의했습니다. 다만 오픈소스SW를 검토하게 되면 특정 업체에 종속될 우려를 피할 수 있고, 유닉스 운영 기술을 쌓은 엔지니어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 활용도 윈도 플랫폼으로 모두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등 이점도 많다고 말했었죠. 레드햇 CEO가 최근 방한해 ‘유닉스 시스템 마이그레이션 기회가 여전히 많다"고 목소리를 높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로우앤드 유닉스 시장부터 야금야금 잠식해들어가려고 했는데 리눅스가 이 시장을 대체하자 초기에 리눅스 열풍을 잠재우려고 했었습니다. 지금은 공식적으로는 협력 모델을 지향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고객들이 요구하는 이기종 시스템 운영 환경 지원에 나선 것이죠. 물론 여전히 리눅스를 안좋아하는 경향이 여전하긴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얼마나 수정했는지는 정확히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예년에 비해 호전됐다는 시장의 목소리는 거의 못들었습니다.
전 비용절감차원에서 진행되는 오픈소스SW 프로젝트는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에 가보면 제값을 주고 산 소프트웨어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려고 해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절감된 예산을 다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데 재투자했으면 합니다. 100원이 드는 상황에서 30원을 절약하고 나서 20원을 다시 투자하고 10원중에서 5원 정도는 예산 절감한 담당 공무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주고 나머지 5원 정도만 정부 예산으로 다시 가져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업체도 살고, 정부도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예산을 절감하려는 동기도 부여하는 것이죠. 많은 공무원들이 예산을 절감하고 싶어하지만 한번 삭감된 예산을 다시 늘리기 어려우니 다들 하던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공무원이 됐더라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반 기업들도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 사는데 다 똑같죠. 밥그릇 줄어드는데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가뜩이나 제값을 못받는 소프트웨어를 잘못된 인식으로 다시 예산을 삭감하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애초의 정부 취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억지로 악의를 가지고 한 일도 아닌데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좀더 신중했으면 합니다.